하지만 리암은 좀처럼 포기를 모르는 불도저처럼 사고를 치고 다녔다. 자켓은 리암네 영혼의 친구라도 된 것처럼 모든 자리를 젊은 락스타와 함께했고, 얼굴도 모를 그를 향한 사랑고백과 세레나데는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리암의 소속사 사장과 그들 밴드의 매니저가 위장약을 달고 살게 된 것이 놀랄 일도 아닐 지경이 된 것이다. 더불어 요즘은 노엘까지 속이 좀 더...
"너 진짜 이럴 거냐." "아저씬 지금 이게 다 가짜같아?" 저택 안으로 들어선지 벌써 십 분째, 노엘은 끝끝내 남은 미련을 못 버린 채 입구에 서서 버티고 있었다. 안 들어가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노엘의 두 번째 본능인 도주욕구가 좀 전부터 아주 거세게 몰아쳐 그게 눈 앞의 젊은 신랑에게까지 보일 지경이다. 좆같은 정치, 좆같은 황족 법률, 좆같은 혈...
지성이면 감천이랬나, 리암은 눈물이 줄줄 흐르는 볼을 문질러 닦으며 생각한다. 때는 바야흐로 쌀쌀한 초겨울, 앞뒤 뵈는 것 없이 옆집 아저씨에게 사랑을 고백한지 대충 팔 년이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팔 년 전 요맘때즈음, 첫눈에 반한다는 식상한 말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문장으로 다가온 때가 있었다. 내내 비어있던 옆집에 이제 사람이 산다기에 리암은 이웃간 ...
노엘의 하루는 달고 진하게 탄 요크셔 티 한 잔으로 시작된다. 오전 열 시 즈음 느른한 하품과 함께 잠이 깨면 곧장 부엌으로 내려가 찻물부터 올리고, 현관문 앞에 배달된 신문을 가져다 읽는다. 따뜻한 밀크티를 한 모금 들이킨 뒤 쇼파에 파묻혀 독서를 하는 것만큼 마음을 편안케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굳이 대문까지 가서 가져온 신문이 웬 황색지인 게 좀 흠...
극장 안은 어두웠다. 수천 명은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이 넓은 공간과 좌석이 무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질 좋은 가죽자켓을 입고 무대를 올려다보지 않을 만한 곳에, 그러나 말을 하면 들릴 정도로는 가까이 앉아 느른한 하품을 삼키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밝게 조명이 켜진 무대 위를 천천히 살핀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남자 하나...
"몸이 차네, 달링." 차갑고 반질거리는 비석을 손으로 쓸었다. 아내의 이름이 새겨진 돌덩이는 지독할 정도로 싸늘하고, 묵직하고, 과묵하다. 생전 많은 충고를 했던 그녀는 이제 한 마디도 못하고 한시간 전, 이 밑에 묻혔다. 이제 노엘은 완벽하게 혼자 남았다. 딸 하나와 아들 둘의 작은 비석도 아내의 비석 옆에 나란히 묻혀서 조용히 침묵한다. 제발 잠 좀 ...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새끼를 참 무던히도 까댔다. 집 여우도 아니고 험한 사막에 살던 야생동물이면서 주먹도 뭣도 없는 어린애한테 순식간에 길이 들었다고, 길짐승의 자존심 같은 건 우물에 갖다 버린 놈의 자식이라고 그렇게 욕을 욕을 해 댔었다. 그리고 여기에 뿌듯함을 느끼며 야생 길고양이로 살아왔던 리암은, 바로 지금 순간 과거의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며 깔...
# 리암, 노엘 성격 체인지ver리암은 겜과 마주앉아서 조용히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시끌벅적하던 레코딩 도중 찾아온 오후의 티타임은, 노엘 덕분에 머리 끝까지 열이 올랐던 리암을 가라앉히기에 딱 좋은 시간대였다. 아, 삶이란. 리암은 오늘 온종일 노엘에게 시달렸다. 노엘이 오늘 가사를 쓰느라 온통 짜증이 솟구쳐 있었던 탓이었다. 멜로디는 떠오르는데 거기에...
화근은 컴퓨터였다. 빌어먹을 컴퓨터, 정확히는 인터넷이라고 해야 하겠지. 이맘때 즈음의 한국은 차가 더럽게 많이 밀린다는 얘기를 듣고 매니저가 세 시간이나 출발을 앞당긴 것도 그 씨발할 비극에 한 몫을 더했다. 차라리 따로 간다고 말해야 했었는데. 이상스럽게도 유독 그 때만 그랬던 건지, 아니면 오아시스가 공연을 할 거라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짜증날 정도로...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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